우주의 노래
2017-01-16이번 이성자 화백의 우주의 노래 展에서는 작가의 1991년부터 2007년까지의 최근 작품 50점이 전시된다.
이성자의 내적 영역은 지난 15년 동안 대척지로 가는 길에서 현재의 실험 영역인 우주로 이동하게 된다.
그렇지만 초기 이성자는 천혜의 땅인 모성성을 의미하는 대지의 길을 토양에서 씨가 움트게 하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성장하게 하는 다산성으로부터 차용해왔다.
이 대지와 여성의 기간 동안 이성자는 상징적인 표현성을 회화에 부여하는데, 전형적인 기하학적 언어의 기본을 거부하며 삼각형과 사각형 그리고 원형을 이용하여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 후, 평정이 찾아오고 이성자 예술에 새로운 시기, 바로 겹침과 도시의 시기가 도래한다.
이것이 바로 70년대이다.
작가는 건축과 환경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도시 창공의 전망들이 그녀를 매혹시키기 시작한다. 이 전망들은 오늘날까지도 이성자의 《미래도시》의 구상에 중요한 요소로 남아있다. 이제 기하학적 형상들은 사라지고 원형이 그녀의 화폭을 차지하게 된다.
작가는 원의 형태에서 끝없이 작은 0의 형태로 끓고 있는 생명의 근원을 발견한다. 서양에서 0은 모든 공백의 중심일 뿐이지만, 동양에서 0은 모든 살아있는 것의 출발점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이성자 화백은 천체물리학자로써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에게 자신의 우주관을 제시할 뿐이다.
대척지로 가는 길과 함께, 이성자의 시각은 이제 구름을 포용한다. 붉은 색과 파란색이 교대로 나타나는 하늘은 그녀가 15년의 유배 후 고국인 한국을 방문했을 때 보았던 알라스카 너머의 그 하늘이다.
이 창공의 순수한 세계는 작은 물체들을 수용하며, 이는 그녀의 이후 회화 세계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는다. 채색된 원형이 영원한 흰 빛의 차가운 밀운 사이를 맴돈다. 이 원형은 음과 양, 인간과 자연, 하늘과 대지 사이의 조화로움을 보증한다. 보이는 것만큼이나 우주적인 이성자의 세계는 심오한 인간성과 우리 세계의 대지의 자연으로의 본질적 귀속성으로부터 또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설원의 산 사이에서 별 하나가 나타난다. 달이다. 가깝기도 하고 동시에 멀기도 한, 이성자의 유년기와 닮은 이 달은 여름 밤, 그녀의 아버지의 정원에서 그녀를 응시한다. 창공을 비춰보이는 유백색의 자비로운 이 달은 작가의 현재 우주 시기의 모든 작품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성자에게 우주란 보편성의 동일어이다. 즉, 생명에 연속성을 부여하는 영원한 움직임 가운데 지상과 천상의 아름다움 전체를 포용하는 총체적인 개념이다. 이성자는 바로 이 우주계의 한 부분이다. 그녀는 소리와 색채를 감지하여 이를 그녀의 회화 세계 속에서 재현한다.
그리고 그녀의 회화 세계는 같은 방법으로 소생되어, 그 작품은 돌연변이가 되고 그녀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다. 즉, 그림을 그리는 것은 삶이 되고, 삶은 소생이 된다.
우주의 작품들과 함께, 이제 우리는 창공을 떠나서 무한한 우주로 접근한다. 2000년대의 작품들은 우리가 멀리서나마 바라볼 수 있는 환상 속의 풍경과 같은 감미로운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신비로움으로 빠져든다. 작가의 가장 최근의 작품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생동감이 있다. 봄의 새싹들이 돋아나는 것처럼 노랑, 보라, 주황색의 구름들이 펼쳐지고, 캔버스에 생명감을 불어넣어 무수하고 다채로운 색의 별들이 빛을 발하고, 소용돌이 치며, 전율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혼돈의 카오스와 반대로 우주가 질서, 아름다움, 조화를 반영한다고 생각했다.
이성자는 우주의 이런 구조를 오래 전부터 꿰뚫어보았다. 완숙함에 도달한 그녀의 오늘날 작품에서 직관은 기쁨과 함께 밝아지고 관람자의 시선에서도 느껴지는 증거가 되었다.
지난 세기 동안 시인과 연구자들은 각자의 고유한 표현방법으로 시공간에 대해 자문을 해왔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그의 저서, 우주와 공상에서 <우주의 몽상가>라 답하였다.
이성자 화백도 그들 중 한명이다.
그녀는 명상하는 인간에게처럼, 걸어 다니는 인간에게도 의식과 무의식에 호소하는 무한의 정신적 세계를 부여한다.
이성자 화백에 따르면 이제는 우리의 정신이 한 작품에서 다른 작품으로 유랑을 하고 거대하고 장엄한 우주의 노래로 우리 자신을 달래도록 할 때이다.
산드라 베나드레티 벨라르 (Sandra BENADRETTI PELLARD)
문화유산보존가
마니엘리 미술관, 도자기미술관
피카소 성당
발로리스- 프랑스
2007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