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S

미셸 뷔또르, 예술의 전당 개인전, 1998

이성자 개인전에 부쳐

2017-01-16

은빛 강이
유럽과 아시아를 지나서
메아리 치는 숲 속으로
굽이쳐 흐른다


이성자 화백에게

엷은 아침 안개가 강안에 천천히 피어올라,
길 위 차소리, 계곡의 가차 소리, 바다 위의 파도소리,
여름 아이들의 외침소리, 겨울비의 물방울 소리, 개구리 소리,
바람 속에 꿈풀과 소나무의 속삭임을
끌어 모아 구름이 된다.

국경을 넘고 넘어 언어에서 언어로 침잠해서,
소리와 자음을 바꾸는 것,
새로운 기술, 새로운 몸짓을 시도하는 것.

마을 위에 떠 있는 구름,
군중의 흐름과 탄식, 공장의 경음, 혼잡한 길의 소리,
교회 종소리, 사원의 북 소리를
끌어 모은다

결혼의 향연, 슬픈 화장, 낙성식, 기념축제,
지나가는 세력가와 연예인에게 보내는 갈채,
그리고 그들이 죽었을 때 위안의 말.

산들은
빙하의 청록색, 그들의 뇌우의 잉걸불, 현기증의 날카로움,
반사광의 호수들과 섬들,
그들의 어두운 사막, 대상들, 탐험가들의 폐허
약탈자들과 관광객을 알려준다.

사람들은 밧줄에 삐걱거리는 소리로 지나가고,
선체의 찰랑거림, 고기들의 비상, 떠나온 고향의 노스텔지어

비행장에 윙윙 소리와 프로펠라의 선희, 수중기의 긴 흔적,
태양의 작열, 저녁 빛의 섬광.

철새들은 장미 빛이 될 때까지 사방으로
그것을 지른다.

철새들은 장미 빛이 될 때까지 사방으로
그것을 지른다.
바위에서 바위로 흐르며 낙엽 사이 거울과 같은 시냇물,
거룻배의 물결치는 강,
도자기와 상감 세공품, 비단, 차, 기록서, 책, 그리고
침묵을 수송하는 큰 거룻배.

파리에서
미쉘 뷔또르
번역 : 이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