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이성자 초대전에 부쳐
2017-01-16한국인 예술가 이성자씨의 경우는 어떤 본보기가 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25년 전에 프랑스에 온 이성자씨는 자신의 동양적인 유산에서 나온 오묘한 성격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서양 예술의 흐름 속에 용기 있게 합류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오해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씨의 그림 속에는 엑조티시즘이나 (씨의 그림 제목에 약간 낡은 문학적 표현이 사용되는 약점을 가끔 보게 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 경우에도) 민속적인 흔적이라고는 전혀 없는 것입니다. 씨에게는 세련된 인상이나 추억을 되살리는 것이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씨의 그림은 물질의 일종의 화려한 파열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씨의 색채는 반짝이는 작은 돌멩이로 배치되어 있고 그 작은 돌멩이로 씨는 새로운 상상적 세계를 구축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과정을 알아보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 파열한 돌멩이들은 신비로운 과정 속에서, 찬란한 색채 속에서 재결합되고 있고, 그 찬란한 색채는 시간의 동굴 속에 흡수되어 있습니다. 가끔 그 신비로운 과정과 찬란한 색채들은 장애물에, 제한 표지처럼 놓여있는 앞을 가로막는 벽에 부딪히게도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채색된 수많은 작은 기호들이 번쩍거리는 가운데서 기하학적인 커다란 형태들이 사막에서처럼 두드러지고, 사진술이 그 감추어진 건축술을 드러나게 만듭니다. 이성자씨가 사용하고 있는 여러 가지 테크닉, 특히 회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목판화와 도자기화는, 그 신비로운 감정유출 속에 내재하는 어떤 질서의 긍정, 그리고 물질의 분열을 통해서 이러한 진행 과정을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1978.6
자끄 라세뉴(Jacque Lassaigne)
파리 시립 근대 미술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