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S

오광수 "섬세한 색채의 숨결" 현대화랑 개인전 1977

섬세한 색채의 숨결

2017-01-16

이성자 씨는 우리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작가이다. 65년 첫 국내전 이후 여러 차례에 걸친 개인전으로 국내 미술계에도 친숙한 이름이 되었다. 더욱이 외신을 통해 접하고 있는 그 의 해외에서의 활동은 자못 한국미술의 국제적인 수준을 가늠케 하는 것이어서 우리들에게 긍지를 지니게 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잘 알려진 반면 실제 우리는 그에 대해 너무나 많은 것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단편적으로 소개된 바대로는 파리에 건너가면서 미술의 길에 뛰어들었다는 것 외에 그의 수업기의 내역에 대해선 거의 무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작품을 들고 국내에 나타났을 때는 이미 확고한 자기세계를 굳힌 이후였기 때문에, 그 이전의 과정에 대해선 알 길이 없었다. 그러나 이 수업기의 과정이 한 작가를 이해하는데 얼마나 주요한 대목인가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가 이번에 들고 온 작품들은 거의가 구작이다. 구작 가운데서도 분명한 자기세계를 구축하는 작품들이 다수 포함되어있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부분이다. 미지의 부분을 보여주어야겠다는 것이 그가 구작을 들고 온 의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데포르메된 형상과 그것의 해체에서 오는 표현적인 열기가 가시고 점차 섬세한 색채의 숨결 이 화면에 부상되면서 비로소 잠재되어진 자신의 정서에 조형화가 이룩되는, 그 숨막히는 여정(旅程)을 이 과정의 작품들에서 읽을 수 있게 한다. 그의 작품은 서서히 그러나 분명한 변화를 겪고 있다. 70년대에 들어오면서부터 변모는 기하학적인 구성을 기조로 한 폭넓은 현대판 체험의 확산으로 이해되어진다. 지역적인 정서의 폭을 넓혀 보편적인 미의 세계에로의 진척을 통해 동서미술의 융화를 가능케 하고 있다고 할까.


이 모든 변모와 발전을 통한 한 작가의 범위와 그것을 넘는 저 국제적인 미술의 폭의 확대가 이룩되기까지, 그가 자신의 세계에로 침잠되어가는 저 아름답고 고귀한 순간을 이들 작품들은 보여주리라.

미술평론가 오광수(吳光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