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자 개인전에 부쳐
2016-11-20몇년 전 샤르빵띠에르(Charpentiar) 화랑에서 두 번이나 열린 이성자 씨의 작품이 새로움과 기지로 충만되어 있었음을 나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 가장 주목받는 작품들만이 전시되곤 하던 샤르빵띠에르 화랑에서 4년 간격으로 개인전을 열어 파리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 점차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이성자의 섬세하고도 명쾌한 비젼은 신비스럽기까지 하여, 화단이 들어찬 꿈의 정원에서 음악적인 구성마저 이루었던 이성자의 작품은 설득시키기 힘이 드는 관객들을 매혹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이성자는 이 화려한 성공에 만족치 않고 첫번 전시회때 시도한 바 있는 작품구성의 민활한 느낌과 힘에 대한 총괄적 연구를 위해 안이한 길에서 곧 탈피했던 것이다.
한국(韓國)의 전통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이성자 작품은 성격에 따라, 부드러움과 견고함, 질서와 자유, 섬세함과 웅대함, 여유와 긴장이 아름답게 결합되어 있는데, 이성자는 자신의 도를 더하여 담백한 채색을 사용한 해변가의 시골 지붕의 밝음을 연상시켜주며, 아치 전원의 푸르름 가운데 있는 종과 같이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이성자가 정신성의 상징을 웅변적으로 호소하는 것이다. 이 본질적(本質的)인 의무에 순응하기 위하여 이성자의 길은 험하고 어려워졌으나, 나를 놀라게 했던 강인한 인내심으로 몇년 동안 이성자의 새로운 방향 세계를 구축하더니 평소의 simplicit 로 차원 높은 욕망과, 진실한 이성자의 번뇌에 응답하는 것이었다.
1971년 파리의 국제 예술인촌에서 한국 미술가들의 성대한 전시회를 개최하였을 때, 이성자의 작품은 이미 완전한 교향악의 작곡에 준비하는 변화를 보여주었다.
이성자는 오랫동안 시도한 목판화를 실천에 옮겨 놓았으며, 어떠한 반론도 이 개혁적 시도에 영향을 주지 않았으며, 또한 앞으로도 이성자의 예술적 깊이와 위력은 높이 평가될 것이며, 끊임없이 요구되고 항상 도달하고자 하던 이성자의 불후의 개성은 중대한 총괄적 연구에 과감한 개척을 할 것이다.
요즈음 최근의 이성자의 작품은 유연한 화필과 리듬의 조화에 담긴 건축미로 그가 예술의 극치를 걷고 있음을 알려 준다.
이성자는 우리들의 영상에 무엇을 반영해줄 것인가?
이성자의 비전은 옛날과 같으나 더 풍부하고 완성에 가까워졌다.신비스런 선경(仙境)의 금지된 도시 같기도 하고, 때로는 엄정되고 정확한 윤곽 속에서 성채를 껴안은 듯한 모습이기도 하다. 아담스럽게 배합된 빛의 미덕(美德), 경쾌감……. 이런 분위기는 움직이는 것 같은 형태의 가는 줄무늬를 통한 공간 속에서 또다시 하나의 핵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열을 하며 열려지는 것이다. 우리와 친밀한 이성자가 옛날의 시적(詩的)세계에 아직 머물러 있다 해도, 점(点)으로 이어 가는 다양한 색채, 능란한 솜씨로 손질된 비법속에, 이 풍부한 모든 것들이 점차적으로 다른 세계로 옮겨지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